스터디 & 창작 썸네일형 리스트형 마법 고급 연산 - 좌표편 (2강) "좌표 설정이 가능해진 건 수학이 학문의 궤도에 오른 다음이었어, 알지? 그 전까지는 상인들이 두루 쓰기는 했어도 학문으로는 안 쳤잖아. 오히려 상인들이 쓴다고 안 썼지. 상인들을 천시했던 풍조가 학문에도 영향을 끼친 거야. 그런데 점점 상인들이 돈을 벌면서 권위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변했거든. 특히 변화가 두드러지는 게 여기 모르톤이라는 사람이 역사에 등장했을 때야. 이 사람은 원래 상인이었다가 나중에 디칸국의 재상이 되었거든. 그러면서 상업을 장려했어. 지금 같으면 자기 출신들 뒷배 챙긴다는 말이 나와서 욕을 바가지로 들었을텐데, 그때는 달랐나, 아니면 권력으로 눌렀나 모르겠네. 어쩌면 정말로 공익을 위해서 그런 투자를 했던 것일지도 모르지. 다른 의견도 있어. 이 사람은 머리가 좋았던 것으로 유명했는.. 더보기 마법 고급 연산 - 좌표편 (1강) “순간이동 마법이라는 것이 막 간단하게 손을 딱 튕기면 되는 그런 단순한 게 아니야. 엄청난 고도의 기술이라고! 물론 마법 중급 연산 과목에서 다루기는 하지. 너희 나름 이해도 했다고 생각하겠지. 대상 공간 격리, 이동 공간 파악, 위치 안전 확보, 이동, 격리 해제, 끝. 대충 이렇게 배웠겠지? 근데 그게 다가 아니라고. 이동 부분을 보자. 좌표를 받아서 해당 좌표로 이동하지? 그런데 그 좌표라는게 어디서 나오냐, 이거 너희들 알아? 세상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공간마다 숫자 매겨졌다고 멍청하게 생각한건 아니겠지? 세상은 그저 존재하는거야. 그리고 좌표는 사람이 임의로 구역을 나눠서 배분한 것이고. 시에란 들판은 그냥 들판인데 인헨 왕국과 유피룬 왕국이 구경선 이리저리 나누듯이 말이야. 어이구, 귀찮게 두.. 더보기 가을 밤의 축제(3) 가을 밤의 축제를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작정 숲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속삭임이 들린다. 어떻게든 꾀어내려는 온갖 것들의 속삭임. 그러면 그중 하나를 잡아채서 장소를 불게 만들거나 속삭임에 홀린 척 뒤를 따르면 된다. 간단한 것은 두 번째이다. 조금만 뒤따라 걸으면 금세 시끌벅적한 축제 음악이 놓칠 수 없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헤이즈는 그럴 인내심이 없었다. 귓가에 들러붙어 속삭이기 시작하는 박쥐 한 마리를 잡아서 장소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박쥐는 재미없어하며 한쪽을 가리켰다. 헤이즈는 박쥐를 버려두고 축제 장소로 향했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헤이즈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입구에는 해골이 있었고 곧 그를 보았다. “이런, 간만의 손님이군요.” 헤이즈는.. 더보기 가을 밤의 축제(2) “누나, 누나. 저기 축제를 열고 있어.”“그러네? 이런 시골에 무슨 일이래.”“가보자!” 앤디는 베시의 손을 잡아당겼다. 어릴 적부터 앤디는 고집이 셌다. 그리고 그걸 말리는 것은 베시의 역할이었다. 베시는 단호하게 딱 잘라 말했다. “안 돼, 앤디! 이만 늦었으니 돌아가야지. 축제 구경은 다음에!” 앤디가 배시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러더니 씩 웃었다. “돌아가다니? 어디로?” 그 천연덕스러운 웃음에 베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게, 왜 돌아가야 하지? 그 전에 어디로? 그러나 그 의문도 지워졌다. 먼 데서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려왔고 그 음이 벌써부터 베시를 감쌌다. 분위기에 휩쓸려 기분이 가볍게 올랐다. 앤디는 다시 축제 쪽으로 베시를 끌었다. 베시는 경쾌하게 따라갔다.. 더보기 가을 밤의 축제(1) 아가야. 시월의 보름달을 조심하렴. 죽음에 너무 가까운 계절, 마력을 가득 채운 달의 빛이 세상을 물들이면 우리가 발 담근 세계가 난생처음 시야에 가득 차오르지. 희미했던 것이 선명해지니, 움츠려야만 했던 것이 부풀어 오르니 얼마나 즐겁겠니. 우리는 밤의 마력에 취하여 흥겨워지겠지만 그날은 절대 축제 날이 아니란다. 휘돌며 뛰놀다가는 자칫하면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건너가 버린단다. 우리는 밤의 세계를 조금 다룰 줄 알뿐, 그것의 주인이 아니란다. 하지만 스승님. 행렬이 보여요. 밤을 건너가는 무리가.......쫓아가려는 이들이 보여요. “나와줬구나.” 베시가 웃으며 맞았다. 그리고 헤이즈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네가 그런 차림을 할 줄 몰랐는데.”“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할로윈인데.” 베시는 어깨를 으.. 더보기 학문의 보전에 관하여 남자는 곧은 손가락을 뻗어 펜촉으로 글씨를 가만가만 써 내려갔다. 얇은 커튼을 넘어오는 밝은 햇살 아래 잉크 방울이 반짝였다가 서서히 마르며 양피지에 글씨가 아로새겨졌다. 남자는 겨우 한 문장을 쓰고는 펜을 놓았다. 그리고 고민하며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보다가 방금의 문장을 읊조렸다. “모든 학문은 공익을 위해서 연구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맞은 편에 앉아 책장을 설렁설렁 넘기는 여자는 힐끗 보았다가 심드렁하게 책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의도적인 무시에도 남자는 개의치 않은 듯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어떤 것 같아?” 여자는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의견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어?”“나는 관심 없어. 애초에 난 반대했다고. 네가 주장한 일이었잖.. 더보기 그림 그리는 글(1) 그림은 연필로 선을 긋는 것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인 정의는 아니다. 그냥 내가 그렇다는 말이다. 피그먼트 펜이나, 볼펜, 만년필 같은 지워지지 않는 펜을 무턱대고 종이에 대는 일도 있지만 그건 약간의 만용이 더해졌을 경우이다. 아니면 낙서거나. 끝없이 수정할 수 없는 밑그림 없이 그림을 시작하는 건 아직 내 실력 밖의 범주인 것 같다. 가끔은 도전해보기도 하지만 공을 들여야 하는 그림에는 아니다. 꼭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나는 연필의 느낌이 꽤 좋다. 가볍게 슥슥 소리를 내고는 하는 흑연. 그을 때마다 조금씩 뭉개지며 손으로 전해지는 감각. 깎아놓은 것은 날카로운 맛이, 뭉툭한 것은 부드러운 맛이 있다. 샤프를 일찍 쓰면 글씨가 안 좋아진다는 어른들의 헛소문에 충실한 학창 시절을 거치며 (모르긴 몰라도 .. 더보기 왕의 자질 글월 문집 2회차 왕이 왕으로 즉위한 날이었다. 왕은 그간의 관례대로 성의 한쪽의 예배당에 들어가 밤을 보내며 신께 기도했다. 자신이 이 나라에 왕이 되었음을 알리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 신께서 굽어보시고 그 왕이 통치하는 동안 축복을 내린다는 것이다. 낮에는 백성들에게 알리는 일이 있었다. 커다란 망토와 금실과 보석 단추로 한껏 꾸며진 옷을 입은 채 높은 단 위에 올라서며 아래로는 기사들이 나열하고 관리들이 외쳐대는 즉위를 화려하고 웅장하게 공표했었다. 그것과 대조적으로 예배당은 낮고 어둡고 고요했다. 지켜보는 신관도 준비된 의식도 없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내내 별일이 없었다. 왕은 경건하게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으나 새벽 즈음이 되자 왕은 희미한 졸음에 겨워 있었다. 그때 찬란한 빛이 예배당 바닥에 .. 더보기 보이지 않는 것 글월 문집 1회차 “무엇을 보고 있어?”“토끼.”“토끼?” 나는 눈을 바로 뜨고 선희가 보는 곳을 보았다. 마른 수풀밖에 없었고 바스락거리는 낌새도 없었다. 그러나 그 애는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응, 토끼. 저기 봐. 알록달록한 저고리를 입고 있어. 아까는 여우가 멋진 옷을 입고 지나가던데. 호랑이의 생일잔치에 가나 봐.” 선희는 무언가의 광경을 선명하게 보고 있었다.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선희와 나는 서로 이웃집에 산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양쪽의 부모님은 매일 같이 마주 보며 친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의 아이를 번갈아 가며 봐주고 같이 어울려 놀게 하였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상세하게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처음부터 나는 선희와 자연스럽게 붙어 다녔다. 다른 아이들이 처음 어린이집.. 더보기 고독 뜀틀 연성 주제:고독 Log . . . Day 97344 나는 고독하다. Day 97345 이상하다? 저게 뭐지? 내가 저런 걸 썼나? [AI Isolation: Day 97344의 로그 내역을 삭제합니다.] [System: 실패하였습니다. Log 수정 권한이 없습니다.본부의 승인을 얻은 후에 시도하여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고독하다.’ from Day 97344 의 기록에는 정정할 사항이 있다. 우주선 총합 관리 관측 AI Isolation – #‘우주선 총합 관리 ’AI Isolation’은 명칭이 이후 log에서 명칭이 ‘나’로 변경됩니다. 현 시점에서 기록 저장 용량이 97%가 채워져 있는 상태이므로 더 짧은 표현 ‘나’ -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일인칭 표현-의 사용을 권장드립니다. ........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