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설정이 가능해진 건 수학이 학문의 궤도에 오른 다음이었어, 알지? 그 전까지는 상인들이 두루 쓰기는 했어도 학문으로는 안 쳤잖아. 오히려 상인들이 쓴다고 안 썼지. 상인들을 천시했던 풍조가 학문에도 영향을 끼친 거야. 그런데 점점 상인들이 돈을 벌면서 권위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변했거든. 특히 변화가 두드러지는 게 여기 모르톤이라는 사람이 역사에 등장했을 때야. 이 사람은 원래 상인이었다가 나중에 디칸국의 재상이 되었거든. 그러면서 상업을 장려했어. 지금 같으면 자기 출신들 뒷배 챙긴다는 말이 나와서 욕을 바가지로 들었을텐데, 그때는 달랐나, 아니면 권력으로 눌렀나 모르겠네. 어쩌면 정말로 공익을 위해서 그런 투자를 했던 것일지도 모르지. 다른 의견도 있어. 이 사람은 머리가 좋았던 것으로 유명했는데 국왕의 생일 때 복잡한 숫자 문제를 풀어내는 묘기를 보인적이 있거든. 그때 젊은이들이 그걸 보고 감명받아서 수학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어. 믿거나 말거나.
그렇게, 좌표를 계산할 수 있는 수학적 기술을 갖춰졌어. 그런데 좌표는 아직이었어. 그렇게 이끌어 올려진 수학이 다른 나라로 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거든. 적어도 삼십년? 그때는 휙휙 이동할 수가 없어서 그게 당연했다고. 그리고 또 하나, 디칸국이 학문의 유출을 막은 건 아닌데 다른 나라들이 안 받아들였어. 말했잖아. 상인들을 무시했다고. 디칸국이 무역으로 온 대륙을 한번 휘어잡고 나서 눈이 조금씩 달라졌지. 그 다음에 그게 마법으로 흘러들어서 마법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건축이나 공업도 발전하고.
이제 좌표가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이다. 왜냐하면 그 다음에 전쟁이 발발했거든. 디칸국이 무역으로 휘어잡은건 맞는데 그 과정에서 좀 과하게 굴었대서 다른 나라가 반발을 했지. 디칸국은 나머지 나라를 끌어당겨서 전면전에 돌입하고 말이야. 뭐야, 왜 다 처음 듣는다는 얼굴이야? 너희 대륙 역사 어떤 교수님에게 배웠냐? 아니다, 말하지 마라. 대신 나중에 마법 수업 나한테 들었다는 소리도 하지 마라. 쪽팔린다 이것들아. 어쨌든 잘 들어라. 그 다음에 전쟁이 발생했거든.
너희도 얼추 배웠으면 알텐데 공간과 관련된 마법은 시전할 공간에 가서 조사하고 이것저것 설치하고 그래야 하잖아? 나중에야 자유롭게 쓰더라도 처음에는 그래야 하잖아? 이것도 모른다고 하지 말고. 모르겠다는 사람 있으면 나와라, 없군, 그래, 좋아. 그리고 순간이동 마법도 마찬가지이거든. 근데 전쟁이 났단 말이야. 그래서 마법사들이 함부로 얼쩡거릴 수가 없게 되었단 말이야. 이상한데 들어갔다가 적으로 몰려서 붙잡히지, 자기네 국가라도 첩자로 몰려서 심문받지. 국가별로 맺은 마법 협약들도 깨졌고. 당장 전쟁이 급한데 마법에 대한 지원할 여력도 없고, 공격 마법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은 불려나가고 이런 부차적인 문제도 있었는데, 기본은 저거야. 공간은 조사할 수가 없었다는 것. 별 수 있나, 전쟁이 끝나길 기다려야 했지.
이게 지금 교수님들의 교수님 세대여서 웬만한 교수님들은 그때의 분위기를 알고 있어. 아주 다들 답답해하셨어. 기본 공식은 완성이 되었는데 정작 이런저런 문제로 실행을 할 수가 없으니. 녀석들 놀란 표정이네. 역사에서 갑자기 현실로 넘어왔지? 엄청 먼 옛날 일이 아니야. 이제부터 너희가 졸업하면 직접 투입되어서 연구할 분야이니까 잘 들어라. 물론 졸업을 무사히 하는 녀석들이 있다면 말이지.
순간이동 체계는 크게 두 부류가 있어. 첫 번째로 배울 것은 베틀 법칙이야. 네리온 학자가 개발에 크게 공헌했어. 그래. 베틀. 베 짜는 틀. 그분이 실제로 그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고안해내셨대. 몇몇은 직접 봤지? 가로로 늘어진 실이 있고 세로로 실이 쌓이잖아. 여기서 우리 집은 그렇게 안 한다고 말하면 재미없을 줄 알아라. 그래서 베가 어디에서 사용되냐고? 베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그러면 거기에 가로 선과 세로 선들이 있겠지? 체스판처럼? 그렇게 세로 선과 가로 선으로 대륙을 나눈 거야! 국경에 얽매이지 않고 거리 단위로 딱딱 나눈 틀을 만들고 그 이후에 땅을 할당시킨 것이야. 이해가 안돼? 체로 빵 반죽을 찍어눌렀다고 생각해봐. 네모난 무늬가 새겨지겠지? 바로 그렇게 말이야. 그리고 교차점마다 숫자를 새기면 위치를 나타낼 수 있지. 예를 들어. 거기 졸고 있는 놈을 0점이라고 하자. 그래 너, 인마, 너. 그리고 바로 옆에 앉은 애는 1이 될 거야. 그 다음 자리에 앉은 애는 2. 그럼 거기 모자 쓴 애. 너. 그럼 너는 몇 번이겠어. 맞아. 5야. 그럼 같은 줄에 앉은 애들은 다 표현할 수 있겠지? 앞뒤로 앉은 애들은? 숫자 하나를 더 붙여보자. 아까 원점으로 삼은 애를 0 그리고 0 이라고 하는 거야. 앞의 0은 가로용, 뒤의 0은 세로용. 그럼 다시 해보자. 옆에 앉은 애를 1 그리고 0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그 다음은 2 그리고 0. 원점, 네 이름 그냥 원점 해라. 원점 뒤에 앉은 애는 뭐가 될까? 0 그리고 1이 되는 거야. 그 위에 앉은 애는? 0 그리고 2. 그럼 그 옆이 짝궁은? 1 그리고 2가 되는 거야. 그럼 거기 너. 너는 몇 번일것 같아? 맞아. 3 그리고 4. 쉽게 파악 가능하지? 직접 적용할때는 길이로 바꾸지만.
이게 좋은 게 뭐나면 꼭 광범위하게 적용하지 않아도 거리 재서 쓰는 마법들에 활용가치가 높아졌단 말이야. 그 후로 전투 마법사들은 간격을 가늠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그리고 광범위하게 이동하는 마법들에도 큰 도움이 되고. 원점만 정해지면 내가 어디인지, 이동해야 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알릴 수 있는거야.
그런데 이게 적용하다 보니까 문제가 생기더라는 거야. 바로 대륙이 평평하지 않다는 것."
2020.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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