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타샤 썸네일형 리스트형 12시! 그는 열두시면 내 방에 온다. 나는 새파랗게 눈을 뜨고 암흑 속에서 그를 기다린다. 간혹 잠옷을 입거나 슬리퍼를 신더라도, 머리를 풀어헤치더라도 긴장이 풀어지는 일은 없다. 졸음에 노곤해져서 꾸벅꾸벅 조느라 그 일을 소홀하게 넘기는 일도 없다. 걸음마다 죽음이 묵직하게 따라붙었으므로. 나는 그것의 무게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으므로. 지금은 십분전. 곧 그가 올 것 이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다. 그는 물론, 몇 십 분이고 몇 시간이고 먼저 와서 나와 함께하기를 바란다. 나의 얼굴을 지켜보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때론 사랑스러운 연인의 밀회 비슷한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가끔은 그 나름의 일정이 있으니 그러지 못 한다. 다만, 그가 아무리 바쁘다 한들 나와의 계약을 잊지는 않는..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