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8 공개 전환으로 새로운 독자분들에게 드리는 공지.
*이 글에는 게임 니어 오토마타의 스포일러 요소가 있습니다. 해당게임의 스토리와 설정에 대해 전부 아시는 분들만이 열람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공지를 여러번 반복하자니 현타가 좀 오는데 역시 행복한 내용은 아닙니다. 그래요, 돌려말해서 뭐해요. 비참합니다.
*비참에서 연상될 수 있는 많은 소재가 담겨있습니다. 정신에 좋지 않고 심신에 좋지 않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사담은 제발 건너 뛰어주시면 안 될까요???? 앤오님에게 한 아무말로 가득합니다. 스토리와는 1도 관련이 없어요.
어쩌다 보니 하나 더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자 이제 밑천 다 떨어졌는데 어째야 할지. 그치만 일단은 잘 읽어주세요!
가독성은.... 왔다갔다 하는데 천천히 고쳐볼게요....
해가 환한 날이었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었다. 구름이 빠르게 오갔다. 나뭇 가지가 바람에 따라 꺾이며 요동쳤다. 굳이 이런 날이 아니더라도 고층지대는 항상 바람이 불곤 했다. 과거에 라디오 등에 전파를 공급했다던 높은 구조물에서 올라가 엔리카는 정찰을 하고 있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살피는 것은 스캐너의 주 업무였으므로 높은 곳에 대한 공포 따위에 휩쓸리니는 않았다. 엔리카는 앞에 뜬 스크린에 입력을 마쳤다. 서쪽 지역 정찰 완료. 이상없음. 정찰 데이터를 포드가 전송을 마쳤다. 엔리카는 기지개를 폈다. 당장 주어진 임무는 모두 끝냈다. 엔리카는 유쾌하게 포드를 붙잡고 뛰어내렸다. 포드는 엔리카의 기체의 무게를 감당하며 서서히 낙하했다. 그리 위험한 일은 아니었다. 안전하게 착지해서 엔리카는 레이피스를 발견했고 손을 밝게 흔들었다. 어쩐지 고요한 기색으로 있다 싶은 레이피스는 곧 잔잔하게 미소를 지으며 엔리카를 맞이했다.
“일이 끝났나요?”
“네! 다음 임무가 내려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으면 돼요.”
“간만의 휴식이군요.”
“그렇죠!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뭐든, 엔리카가 원하는 것이라면 좋아요.”
그의 말에 엔리카가 꺄르르 웃었다.
“그렇게 답하는 게 어디 있어요. 그럼 나도 당신이 원하는 것이면 좋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데.”
엔리카에게서 밝고 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레이피스는 반대로 씁쓸하게 웃었다.
저번의 속내를 털어놓은 이후로 엔리카는 제 의견을 자유분방하게 내놓았다. 본래 상냥한 성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뜻을 명확하게 밝히는 부분이 더해졌다. 비밀을 품지 않고 시원하고 솔직해진 것이었다. 그 대상이 오직 레이피스라 할지라도, 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나쁘지 않은 것이 맞을까? 반면에 레이피스는 제 속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을 눈치챘다. 절대로 말할 수 없는 것이 음지에 쌓였고 서서히 곪아갔다. 모두 숨기는 이들을 곁에 두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에게 음지가 있음을 간파하고 그를 인정하고 모른척 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면, 그 무리에 익숙해져서 제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넘기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레이피스는 환하고 명쾌하며 솔직한 이를 곁에 두고 있자니 제 음지를 신경 쓸 수 밖에 없었다. 레이피스는 거짓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엔리카에게는 예외일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당신을, 그렇게 나에게 털어놓도록 그리 만들었으니까, 또 내가 숨기는 것은 당신에 대한 것이니까. 파트너 엔리카는 고뇌도 모른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있잖아요, 레이피스.”
엔리카가 더 없이 맑은 기색으로 말했다. 레이피스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정한 미소를 띄며 그녀의 말에 성실히 답해주었다.
“무슨 일인가요?”
“있잖아요, 난 당신이 좋아요.”
레이피스의 사고가 잠시마나 멈췄다. 좋아한다, 동료애부터 유대, 호감, 친근함 그 이상으로 이어지는 의미들을 그는 모르지 않았다. 엔리카, 당신은 어떤 의미인가요? 레이피스의 고민들 알지 못하는 듯 경쾌한 말이 이어졌다.
“그때 말했다시피 내가 그런 고민을 털어놓은 건 당신이 처음이에요. 그리고 당신은 비난하지 않고 들어주었지요. 사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영 나 혼자 품기로 했죠. 그런데 당신에게 말할 때 속이 트이는 것 같았어요. 그런 심정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는데. 그간 쌓여왔단 걱정과 속앓이가 풀리고 위안을 얻는 순간. 이젠 하루하루가 자유로워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당신 덕분이에요. 당신이 진지하게 들어주어서 고마워요. 내가 오래 끙끙 앓던 문제를 가치없는 것이 아닌 보물이라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엔리카는 티없이 맑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레이피스는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의 환한 미소를 내가 온전히 맑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엔리카. 나는 당신을 속이고 있어요. 당신이 밝게 웃을수록 나는 비참해져요.
“말을 꺼낸다는 것이 이리 후련한 일이지 전에는 몰랐어요.”
엔리카는 바람에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듣던 레이피스는 모든 걸 털어놓고 후련해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 대상은 엔리카였다. 언제 엔리카를 이리 신뢰하게 되었을까? 아니, 괜찮을거라고 생각해버렸을까? 그 모든 것을 엔리카라면 받아줄 것 같았다.
“엔리카.”
진중한 목소리로 레이피스는 엔리카를 불렀다. 바람을 느끼던 엔리카는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그 표정을 마주하면 죄책감 외에는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어졌다. 언제까지나 웃으며 받아 들여질 것 같은 선량한 미소를 보며 레이피스는 입을 열었다.
“당신이 그 모든 것을 깨달았는데 어째서 아직까지 무사할까요?”
그러나 직구로 말하기는 껄끄러워서 귀퉁이부터 건드리게 되었다. 엔리카는 눈을 깜박였다. 그가 농담하는 기색은 아닌 것 같았다. 엔리카도 진지하게 대꾸하려고 해보았다.
“글쎄요? 내가 일개 대원 하나가 이런 유별난 생각을 있는 그리 큰 문제인가요?”
“네. 해당 기체를 처분시키고 데이터를 삭제할 만큼 위험한 사상이에요.”
엔리카의 표정이 신중해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레이피스의 말을 그 사실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건 당신밖에 없어요. 괜찮지 않을까요?”
그러나 레이피스가 말하고 싶은 건 경고가 아니었다. 제 마음에 양심의 가책을 덜어줄 해방감이었다. 그는 엔리카에게 몸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내가 알고 있는데 당신이 어째서 당신이 무사할까요?”
“에이. 레이피스, 당신. 말할 건가요?”
신뢰가 두텁게 쌓여있어서 그 말을 농담으로 여기는 듯 했다. 그러나 속에 작은 파문이 일고 있었다. 레이피스는 파문에 돌을 던졌다.
“당신의 사상은 오래되었어요. 위에서도 알고 있었죠. 그럼 여기서 질문. 왜 사령부가 나를 당신 곁으로 보냈겠어요?”
그러니까,
왜, 처음부터 당신이 내게 다가왔는가. 왜 당신은 상냥하게 굴면서 내가 말하도록 유도했을까? 정작 생각해보니 나는 당신의 생각 같은 건 들은 적이 없다. 그러니까 왜? 왜? 어째서? 레이피스는 엔리카가 스스로 결론을 내도록 기다렸다. 자신의 입으로 차마 말할 자신이 없었다.
정보가 끼워 맞춰졌다. 흔치 않은 동행임무, 다정한 태도, 말해달라는 도닥거림. 이 모든 것이 의도된 행동이고 감시였다고?
감정을 가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어떻게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이 갑자기 꺼지고 모든 것이 갑자기 물속에 잠긴 것만 같은 기분을, 숨이 막히고 손끝이 차가워지는 감각기관의 혼란을. 싸늘한 분노가 일었다. 당신이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어? 당신이 웃음에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아? 내가 당신을 대할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알아?
그동안 그런 나를 보면서 비웃고 있었겠구나. 그리고 나는 거기에 바보같이 넘어가서 모든 것을 털어놓았구나. 엔리카의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레이피스의 안색이 희게 질렸다. 그는 엔리카가 그런 표정을 지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나를 기만했군요.”
“잠깐만요, 엔리카!”
바람이 그쳤다가 광풍으로 변해 다시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선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환한 햇살도 그 아래 비치는 당신의 모습도 전부 역겨웠다. 엔리카는 돌아섰다. 그동안 속였으면서 타인이 순순히 받아 들여주리라고 생각했다니, 이 얼마나 오만하고 치가 떨리는 일인지.
나는 당신을 믿었는데.
*
“엔리카. 너 요즘 이상해.”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든은 엔리카 담당 오퍼레이터였다. 엔리카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주업무 중 하나였다. 엔리카는 아이든을 가만히 응시했다. 아이든을 믿을 수 있을까? 아니, 요르하의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차가운 말이 떨어졌다.
“신경 쓰지 마.”
“요즘 임무가 정 힘들면 내가 위에 말해줄테니 잠시 휴식을......”
“신경 쓰지 말라고 했어.”
아이든은 어깨를 으쓱였다. 엔리카는 그 예의 이상한 행동에 지금 같은 경우가 속해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으나 괜히 나서서 행동을 바로잡는 대신 가만히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더는 전처럼 행동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임무야. 이번에는 너 혼자 가래. 오랜만의 단독 임무네.”
“잘 되었네.”
그와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으니. 엔리카는 속으로 읊조리고 전송받은 임무를 훑어보았다. 다른 대원이 중요 물건을 흘렸으니 회수해 오라는 임무였다.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좌표가 외진 곳을 가리키고 있어서 가기가 번거롭다는 것만 제외하면. 폐쇄된 공장이 위치한 곳이었다.
*
엔리카는 철 바닥을 딛었다. 녹물이 뚝뚝 떨어지고 이따금 철 자재가 떨어지는 굉음이 멀리서 울렸다. 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에 왔을 때보다 한층 더 심해진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살필 마음이 나지 않았다. 요르하를 위해 정보를 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호기심이나 열정이 날아가고 주어진 임무만 기계적으로 수행했다. 엔리카는 좌표를 확인했다. 현재 위치의 고도 좌표가 제시된 좌표보다 낮았다. 이곳보다 높은 지점에 있는 모양이다. 엔리카는 둘러보다가 계단을 올랐다.
공장은 깊숙하게 들어갈수록 기이하게 고요했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공장 내부는 빛 하나 들지 않아 어두웠고 제 발소리만이 울렸다. 엔리카는 포드에게 기계 생명체 탐지를 명했다.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길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무언가가 자신을 노리고 있을 때처럼. 엔리카는 조심스럽게 철문을 열었다. 뻑뻑한 문은 요란한 소리를 내고 울렸다. 엔리카는 흠칫 몸을 떨었다가 소리가 가라앉을 때야 내부로 진입했다. 갑자기 넓은 공간이 나왔다. 좌표가 가리키는 곳이 이곳이었다. 엔리카는 광장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핑-
작았으나 분명히 무언가를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엔리카는 반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리의 정체를 알아보기도 전에 청각 센서가 마비될 것만 같은 굉음이 울렸다. 돌아보니 컨테이너 박스가 떨어져 들어왔던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이게 왜 느닷없이 떨어졌지? 엔리카는 바닥에 떨어진 쇠사슬을 주워들었다. 날카로운 단면이 남아있었다. 그러다가 아까의 그 소리는 석궁을 쏠 때 났던 소리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정이다.
즉시 몸이 움직였다. 엔리카는 검을 빼어들며 뒤로 돌았다.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의 윤곽이 보였다. 석궁을 놓고, 검을 드는 모습. 엔리카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레이피스.”
“맞아요. 나예요, 엔리카.”
그는 무기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한 번도 자신을 향해 세워진 적이 없는 긴 검이 번쩍였다. 엔리카는 두 손으로 힘을 잔뜩 주고 제 검을 쥐었다.
“당신은, 그동안 이러려고 내 곁에 있었군요.”
답은 공격으로 돌아왔다.
검과 검이 부딪혔다. 공격은 받아낼 수 없게 거셌다. 검에서 몸으로 이어지는 충격에 온몸이 떨렸다. 엔리카는 겨우겨우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몇 합만에 구석으로 몰렸다.
“포드!”
사용자의 지시를 최우선으로 따르게 설계되어 있는 포드는 레이피스에게 사격을 가했다. 레이피스는 간단하게 피했지만 그 틈을 타 엔리카는 구석에서 벗어났다. 허공으로 뛰어올라 도약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위기의식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거리를 벌려야 했다. 아니, 도망쳐야 했다. 레이피스는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니다. 그러나 어디로? 잠시 지체한 순간, 끔찍한 격통이 찾아왔다.
심각한 기체 파손이 감지되었다는 경고 메시지가 울렸다. 쨍그랑 소리가 울렸고 어느새 엔리카의 검이 떨어져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엔리카는 균형을 잃었고 바닥을 간신히 짚었다. 등에서 팔을 타고 피가 흘렀다. 붉은 녹이 무늬를 그린 바닥에 더 짙은 붉은 얼룩이 생겼다. 레이피스가 앞에 섰다.
“...... 날 위해서가 아니에요.”
울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엔리카는 레이피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검을 아래로 내려 꽃을 듯 거꾸로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엔리카가 있었다. 공포보다 큰 감정이 순간 엔리카를 지배했다.
“이것이 당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면, 내겐 뭐가 달라져요?”
음성 기능은 파손되지 않았는지 멀쩡히 작동했다. 다행이었다. 엔리카에게는 해야 할 말이 속에서 끓고 있었다. 엔리카는 바닥에 놓은 손을 움켜쥐었다. 악의 어린 외침이 공간에 울렸다.
“당신에게 속고 여기서 죽임을 당하는 내겐 뭐가 달라지냐고요!”
함께 걸은 지구, 나눈 대화, 위기의 순간을 같이 겪은 것, 그때 서로를 구한 것, 내가 털어놓은 말, 당신의 다독임, 당신이 지은 웃음, 당신에게 품은 감정. 그 모든 것에는 당신이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배신감, 덫, 죽음. 이 속에는 내가 있다. 무슨 이유가 들어가도 대상이 우리 둘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뭐가 달라질까.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레이피스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그리고 엔리카는 더 이상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았다. 변함없이 그를 노려보며 거침없이 말을 터트렸다.
“나는 죽고 기억을 삭제당하겠지요. 그리고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돌아가겠죠. 그러나 나는 다음에도 진실을 알아낼 것이에요. 그때는 결코 순순히 당하지 않을 거예요.”
억눌린 분노가 단어마다 깊게 스며있었다.항상 정교하게 움직였던 레이피스의 칼끝이 흔들렸다. 그러나 직선을 그으면 날카롭게 내리꽂혔다.
*
엔리카는 사령부에 섰다. 이윽고 또박또박 보고를 이어나갔다.
“S형, 스캐너 모델 엔리카입니다. 새 기체의 운동 기능과 시스템에는 이상 없습니다. 스캐너 모델의 기능도 전부 숙지했습니다. 임무 중 사고로 인해 기체가 파손되었고 상당한 양의 데이터를 잃었다고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밀 검사를 마친 후 임무에 복귀하겠습니다.”
새내기가 그렇듯 긴장에 차 있지만 동시에 일을 완수해내겠다는 열정이 가득하기도 했다. 엔리카는 이어 팔을 들어 수평으로 세우고 손을 가슴 부근에 가져가 대는 요르하의 경례를 취하였다. 기운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것은 인류의 영광을 위하며.”
사령부를 빠져 나와 자신의 방에 이동하는 동안 엔리카는 파란 머리의 안드로이드를 스쳐지나갔다. 그 안드로이드는 엔리카를 보다가 곧 시선을 돌렸다. 검은 바이저는 표정을 가리기에 좋았다.